2012년 03월 03일
끝이 보인다.
옹색한 변명을 줄기차게 늘어놓는 상대 앞에서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고 뚱하게 바라만 보았다. 실은 만남 이전부터 할 말을 잃었고 변명을 들어주는 시점, 아니 마주한 순간부터 온라인 메신저나 모바일 인스턴트메신저처럼 대화를 차단하는 막 같은 것이 내 앞에 바리케이드를 쳤으면 좋겠다고. 그랬다.
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, 상대의 우직함 내지는 우둔함에 익숙해진 탓에 그 이유가 타당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지레짐작고 알았지만, 끝까지 귀 기울였다. 이해하고 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. 껄끄러움과 거추장스러운 것이 싫어 이대로 덮어버리길 원했는지도 모른다.
그러나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. 할 수 없었다. 이해할 수 없으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. 다름이고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무지함이다.
변명이란 이유 불문하고 구성 맞다. 처절하기까지 하였다.
바닥을 보이지 않길 바라는 염원에 가까운 바람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무시당했다.
대화 중에 끝을 보았고, 데미지는 예상보다 담담했다.
# by | 2012/03/03 14:15 | 처음과 | 트랙백 | 덧글(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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